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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 영문도 모른 채 고소 당한 ‘토렌트’ 이용자들

이녁 2025. 1. 21. 22:24
저작권 침해? 영문도 모른 채 고소 당한 ‘토렌트’ 이용자들

 

 


토렌트를 썼다는 이유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엄마가 토렌트 불법 공유로 고소를 당했어요. 보이스피싱이 아닌가 해서 경찰서에 연락해봤는데 진짜더라고요. 엄마는 토렌트가 뭔지도 모르고 남한테 파일을 공유한 적도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해 11월 5일 한 누리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하소연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며, ‘토렌트를 썼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불려나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게시물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체 ‘토렌트(Torrent)’가 뭐기에 울분 섞인 글들이 넘쳐나는 걸까요? 토렌트는 파일 다운로드 프로그램의 일종입니다.

 

영화·드라마·웹소설 등 콘텐츠 업계에선 저작물을 불법으로 유포하는 창구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토렌트에서 비롯된 사건도 늘고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토렌트 사건을 포함한 사이버저작권침해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 2423건에서 2023년 9월 5076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저작권 자료를 내려받는 건 엄연한 불법입니다. 저작권법 제 136조 1항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을 복제·공연·공중송신·배포 등의 방법으로 침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물론 저작권으로 묶인 자료를 내려받은 모든 이가 처벌받는 건 아닙니다. 저작권 침해는 피해자가 고소해야 수사에 착수하는 ‘친고죄’입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일도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유독 토렌트 이용자가 저작권법 침해로 빈번하게 고소를 당하는 이유는 뭘까요?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면, 이용자들이 파일을 불법으로 공유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토렌트의 작동방식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토렌트의 가장 큰 특징은 자료를 한데 모아놓은 ‘중앙 서버’가 없다는 점입니다. 토렌트 이용자는 본인이 원하는 자료를 시더(seeder)한테서 내려받는데, 여기서 말하는 시더는 별다른 게 아닙니다. 해당 자료를 가진 토렌트 이용자가 바로 시더입니다. 이를테면, 토렌트 이용자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셈입니다. 

토렌트로 자료를 내려받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토렌트로 영화 파일 한편을 받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먼저 토렌트 프로그램을 설치한 다음, 인터넷에 검색해 영화 정보가 담긴 ‘시드(seed) 파일’을 내려받습니다. 이 시드파일을 실행하면 영화 파일의 다운로드가 시작됩니다.

 


토렌트를 쓰면 저작권 자료 불법 공유자가 된다. 다운로드와 업로드를 동시에 진행하는 토렌트의 특성 때문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서 토렌트가 일반적인 자료 공유와 다른 점은 자료를 주고받을 때 ‘일대다(1대多) 방식’을 쓴다는 것입니다. 여러명의 시드로부터 조금씩 데이터를 나눠 받아 합친다는 겁니다. 예컨대, 영화 한편을 5명의 시드에게 나눠서 받는 식입니다. 이 방식은 장점이 많습니다. 특정 시더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걸 막을 수 있고, 한 시더가 자료 공유를 중단해도 자료를 계속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시더는 누가 하는 걸까요? 자료를 내려받은 뒤에도 시드파일을 삭제하지 않으면 시더가 돼 다른 이용자에게 자료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자료를 내려받은 이용자가 ‘배포자’ 역할도 하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토렌트는 ‘중앙 서버’ 없이도 수많은 시더를 통해 자료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 토렌트 논란➊ 이용자가 곧 배포자 =

여기까지 제대로 이해했다면 토렌트 이용자들이 왜 저작권법 소송에 자주 휘말리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토렌트 이용자는 저작권 파일을 불법 복제함과 동시에 배포하는 역할을 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저작권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죠. 토렌트의 특징을 잘 모르는 이용자로선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긴 합니다.

이용자를 특정하기 쉽다는 점도 잦은 피소被訴의 이유입니다. 시드파일엔 자료를 공유한 사람과 내려받는 사람의 IP주소가 모두 저장됩니다. 토렌트 다운로드 기록을 추적할 수 있는 사이트에 IP주소만 입력하면 어떤 파일을 내려받았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점을 악용해 토렌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합의금 장사’를 벌이는 꾼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는 합의금을 뜯어낼 목적으로 토렌트 이용자에게 고소를 남발해 총 9억원을 갈취한 피의자를 경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시드파일을 유포해 토렌트 이용자를 유인합니다. 이용자가 시드파일로 저작권물을 내려받으면 저작권자를 대신해 고소를 진행합니다.

토렌트 다운로드 기록이란 ‘명확한 증거’가 있으니 십중팔구 저작권법 위반이 성립합니다. 이 단계에서 꾼들이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을 제시하는데, 위축된 토렌트 이용자는 대부분 이를 수락합니다. 친고죄가 원칙이므로 합의하면 수사가 중단되고 처벌기록이 남지 않으니까요.

■ 토렌트 논란➋ 숨은 문제들 =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란 점입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토렌트 이용자만 처벌해선 토렌트를 통한 불법 공유를 근절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불법 공유의 핵심인 ‘시드파일’을 퍼트리는 건 토렌트 이용자가 아닌 ‘파일 공유 사이트’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보면 최신 영화와 드라마 시드파일을 유포하는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근원지가 따로 있는데도 애먼 토렌트 이용자만 처벌하고 있으니, “합의금 장사에 경찰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합니다.


그렇다고 파일 공유 사이트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닙니다. 이들 사이트는 시드파일만 공유하고 있을 뿐, 저작권이 걸린 실제 파일을 유통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이 토렌트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윤호 동국대(경찰행정학) 교수는 “시드파일을 불법 저작물 배포를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를 직접적인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불법 콘텐츠 유통을 방치하거나 묵인했을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선 토렌트를 통해 수많은 저작권 콘텐츠가 무단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토렌트를 활용한 불법 다운로드는 분명 잘못된 행위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이용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한 일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뿌리’를 제거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토렌트 논란, 해소할 수 있을까요?

  

출처 : 더스쿠프(https://ww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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